불안하면 화장실을 들락거림-작업중

불안하면 화장실을 들락거림

 환자로 찾아온 민제를 만난지 8개월째입니다. 민제는 반장선거로 인해 무척 힘들어하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을 들낙거리던 친구였습니다. 민제를 보면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반장선거에 대한 낙선의 두려움,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중압감,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으로 몇 달 내내 화장실을 드나들던 아이의 마음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처음에는 방광에 문제가 있나 싶어 부모님을 면담했는데, 이상은 없었습니다. 부모님께 아이의 증상을 말씀드린 후 집에서 협조를 구했습니다. 아이가 먼저 말하기 전엔 학교 일 캐묻지 않기, 반장선거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기, 자기 전 하루 1시간씩 대화하기. 그러면서 집에 레몬 홍차와 흑설탕을 준비해 두고, 시험기간이나 짜증이 올라올 때 마시도록 처방했습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담임교사를 신뢰하며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꼭 낫겠다’라는 마음을 가진것입니다. 이런 믿음이 아이의 불안감을 덜어주면서 레몬홍차의 효과가 배가 된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시험이나 멀리 갈 일이 생길 때면 아이가 알아서 레몬홍차를 한두잔 따뜻하게 마시곤 합니다. 이제 빈뇨현상은 없어졌으나,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울컥하는 성질과 입에서 냄새가 나는 증상도 변화시켜 보려고 합니다. 구취는 단맛, 울컥하는 성질엔 쓴맛으로… 육미섭생으로 인해 몸과 마음의 조화와 건강,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음에 감사함과 겸손함을 배운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멀리서 달려와 하나라도 더 깨우쳐 주시려고 애쓰신 학장님, 작은 것 하나까지 보살펴주신 주위 식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